학교에서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베트남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베트남어를 가르쳐준 선생님께 부탁하여 한달 동안 하노이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운 좋게도 학교에서 운영한 단기 교류 학생을 뽑히게 되어 베트남에서 학교생활을 체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서 5시간을 걸려 도착한 호치민 시는 무척이나 더웠다. 열대 기후 지역에 속한 그 곳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나눠지는데 12월은 건기에 속해 있었다. 호치민에 사는 사람들은 건기라 상당히 덥지 않다고 이야기 했는데 한국에서 칼바람을 맞다 도착한 나에게는 상당히 더웠다. 공항을 빠져 나와 기숙사로 가는 길에서 본 첫인상은 산만하다 이었다. 3명 많게는 5명 까지 타고 있는 오토바이, 매연과 경적소리를 한껏 뿜어대던 오토바이, 신호등이 켜지만 기사들의 돌격처럼 달려 나가던 오토바이 등 하루 평균 오토바이 등록 대수가 1000대 씩 된다는 호치민에서 오토바이를 빼곤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호치민에 사는 친구에게 듣기로 베트남 사람들은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이동수단이 발달 한 것 같다.
처음 기숙사에 도착 했을 때 생각 했던 것과 많은 것이 달라 적응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넓은 캠퍼스에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 했는데 막상 도착 해보니 기숙사는 주택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막막함도 잠시 차에서 내린 짐을 급하게 4층 까지 옮겼다. 각자 방 배정을 마치고 들어간 방은 깔끔히 정리 되어 있었다. 점심 식사의 경우 학교 예비 소집 시간에 근처 밥집의 약도를 알아두어서 다행 이였지만, 3일 정도는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을 찾지 못해 굶을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술집을 제외하고 식당이나 가게는 9시 정도면 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밥 때를 놓치면 식사를 거르기 쉬웠다. 배고픈 자가 우물을 찾듯이 수업 시간 중에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밥집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기숙사에서 가까운 곳이라 등교 시간 전에 밥을 먹고 와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식당은 오전 6시경 이면 영업을 시작 했다. 아침엔 주로 한국의 돼지갈비 같은 것과 계란이 준비 되어 있었고 식당 옆에는 빵을 파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그날그날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다행 이였다. 노상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며 베트남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면서 아침 일찍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시가 넘지 않았을 만한 시각에도 열대 지방이라 해가 빨리 떠서인지 등교하는 중고등 학생들과 부모님의 오토바이에 몸을 싫은 어린 꼬마아이들과 직장인들 등 활기가 넘치는 모습 이였다.
학교의 등하교는 이 곳 호치민 경제대학에서 제공 해준 버스로 다녔다. 8시에 수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7시 40분 까지는 승차를 해야 했다. 첫 날엔 십분 전에 가도 된다는 생각에 지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아저씨가 우리들을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고 지각하는 일은 다신 없었다. 호치민 경제 대학은 A캠퍼스와 B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다. 두 캠퍼스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아니고 전대와 조대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다. 우리들은 A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았다. 캠퍼스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대학 건물 한 동으로 이루어진 그 곳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입 구(口) 자처럼 생겼다. 지상 가운데와 옥상에는 분수와 휴식을 위한 벤치가 놓여 있다. 경제 대학의 수업은 같은 과 같은 학년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수업을 하고 있어서 모두가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우리가 이곳에 도착 했을 때 이 곳 학생들이 함께 도착한 학생들에 대하여 물어 봤을 때 대답을 해줄 수 없는 적이 많아서 곤란했다. 학교에서 마주치기 힘들다는 말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시간의 경우 우리가 궁금한 것을 질문 하면 교수님이 바로 답변을 해주시거나 다음 시간에 자료를 준비해서 답변을 해주셨다. 기본적으로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것과 여러 나라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 온 것 등 베트남의 특징과 한국의 특징을 비교하며 이루어진 수업 이였다. '베트남 어' 시간에는 기초 회화에 대해서 배웠는데 첫 시간에 우리가 아침을 못 먹고 온 것을 아신 교수님께서 다음 매 시간마다 다과 거리를 사주셔서 너무 좋았다. 경제에 대해서는 매주 한번 씩 일반적인 경제 정보, 법률, 국제관계에 대해서 배웠다. 수업을 받는 매일 학교에서는 우리를 위해 생수와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그들의 사상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참전 하였고 라이따이한의 문제 등 한국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 했지만 그들은 과거의 일과 현재를 분리하여 생각 했다. 물론 베트남에 불었던 한류 열풍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호치민 경제대학 학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우리에게 불러 달라던 드라마 '풀 하우스'의 주제곡이나 DVD를 파는 곳에 진열 되어 있는 각종 한국 영상물 등은 베트남에 한국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베트남 무역 거래규모에서 3위 안에 들어가는 한국의 위치 등이 그러한 감정들을 많이 희석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개방을 시작 했던 그들 정부의 의지부터 시작 하여 베트남 역사 속에서 독립된 시기가 전체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작아서 인지 그들은 과거의 이해관계에 집착하기 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협력과 상생의 길을 걷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들의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호치민의 경우에도 그들은 호치민은 영웅이지만 신은 아니라며 신격화 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호치민 시에 있는 호치민 기념박물관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고 전국 각지에 호치민 기념관이 존재 하며, 화폐 속에 들어가 있는 인물도 모두 호치민임을 생각해 볼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 기념관에 들러 그의 생애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하루 종일 차분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수업은 주로 오전 중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에는 점심 식사를 하고 호치민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다. 도시가 방사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지도만 있으면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월은 건기라 습도가 높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정오의 햇볕이 너무 강하고 구름조차 잘 끼지 않는 날이 많아서 눈을 보호 해줄 선글라스가 필요했다. 호치민 시내에 많은 관광 명소가 존재 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계획을 정하고 기숙사에서 가까운 곳부터 다니기 시작 했다. 하루 한 곳이라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 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리를 걸으면서 가장 보기 쉬운 광경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받아 커피 문화가 굉장히 발달 했다고 한다. 또한 밀크커피 같은 경우 프림 대신 농축 우유를 쓰는데 쓴 맛이 강한 베트남 커피를 순하게 만들어 주어 맛이 좋았다. 또한 그들은 아침저녁을 불문 하고 노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이곳에서 커피가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건물 마다 서있는 주차도우미 들이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이동이 많은 호치민은 건물 앞 인도에 주차도우미들이 건물에 출입 하는 오토바이를 관리 한다. 개 중에는 주차비를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그 들이 없었다면 가뜩이나 복잡한 인도가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복잡한 인도다 되는 까닭은 노점이나 건물 앞에 주차 되어 있는 오토바이 때문이다. 신시가지는 매우 넓게 인도가 만들어져 있지만 구 시가지의 경우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인도가 넓지 않아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에게는 조금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자주 다니는 길이 며칠 사이에 석판이 포장되어 있고 또 며칠 뒤에는 차선의 중앙 분리대까지 설치되어 있는 곳을 보면 아직 베트남은 개발 중이라고 하던 한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거리 곳곳에 팔고 있는 책과 잡지 신문, 그리고 그 것들을 읽고 있는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사람 등 베트남은 아직 발전 중이고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보인다. 비록 지금은 빈부격차나 지역 간 격차 등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차차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10년 전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게 된 것처럼 그 곳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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