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2025/Study

베트남 장기 교류 후기

HungryCamel 2011. 1. 9. 18:37

열정의 나라 베트남

 

학교에서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베트남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베트남어를 가르쳐준 선생님께 부탁하여 한 달 동안 하노이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운 좋게도 학교에서 운영한 단기 교류 학생을 뽑히게 되어 베트남에서 학교생활을 체험했었다. 단기 교류 후 더욱 흥미가 생겨 장기 교환 학생까지 다녀오게 됐다.

한국에서 5시간을 걸려 도착한 호치민 시는 우기라서 그런지 비가 억수로 내렸다. 무척이나 덥고 습기가 가득하였지만,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 적응하기엔 어렵지 않았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씨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면 한국에서 장기를 준비하던 7개월이 거짓말 같았다.

기숙사는 변함없이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기숙사에 도착하고 예전에 만났던 네덜란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먼저 온 단기 팀원들도 나와서 우리를 맞아줬다. 반가움도 잠시 차에서 내린 짐을 잽싸게 2층으로 옮겼다. 임시로 일주일을 지내야 한다는데, 화장실 전구는 불이 안 들어오게 된 것이 오래전 일이다. 막막함을 뒤로 하고 간단한 식사와 생필품을 사러 나갔다. 평소에는 단기 때 알아둔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새 가격이 올라있었다. 한국 돌아오기 전에 한 번 더 올랐으니 물가 상승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노상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베트남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소화 활동을 도와주는 커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학교생활은 단기 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일단 등하교를 직접 해야 했다. 4명이서 택시비를 나누면 비싼 값은 아닌지라 택시를 타고 다니기로 결정 하였다. 수업은 한국과는 다르게 일주일 수업이 하루에 이루어지는데, 어떨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각 캠퍼스마다 연계가 잘 안되어서 인지 어떤 수업은 교수님이 자꾸 휴강하고, 강의 시간을 겹쳐서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제외하고는 한번 밖에 가지 못했던 일이다.

Curtin University of technology 라고 호주에 위치한 대학이 있다.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여러 분교를 두고 있는 학교로 이번 교환학생 기간에 두 과목 정도 수강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호치민 경제 대학 같은 경우 캠퍼스가 5개 존재하는데, 각 캠퍼스마다 학생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Curtin(이하 커틴)의 수업을 듣는 베트남 학생의 경우 2년은 베트남에서 영어로 전임교수의 강의 12시간 그 외의 시간은 튜터와 함께 수업을 듣는 식으로 커틴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수업 및 과제가 영어로 진행이 된다. 나와 함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이제 곧 호주로 떠날 준비를 하는 학생들로 영어가 익숙한 학생들이었다. 한 수업에 보통 열 명이고 4명은 나와 함께 수업을 듣는 한국인 친구들이고 6명 정도는 베트남 학생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을 두세 번째 시간부터는 돌아가면서 얼굴을 마주치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이 결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전임교수의 시간 이외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잘 나오지 않아서 한국에서 온 학생들끼리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과제나 시험의 경우 이미 익숙한 학생들을 따라 잡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다행히 많이 도와주는 친구가 있어서 조금이나마 따라 갈 수 있었다.

학비는 한국의 일반 사립 대학교 보다 조금 비싼 편인데, 대략 3000USD 이상이라고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임교수의 수업과 튜터의 수업은 차이가 심하다. 전임교수의 경우 이틀씩 한 국가에 머무르며 오전부터 오후까지 6시간에 걸친 수업을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12시간동안 과목에서 중요한 점들을 다루는데, 튜터와 함께하는 수업의 경우 예습과 과제가 주이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형식이라면 전임교수의 수업은 개념을 잡아나가며 문제를 푸는 형식이다. 수업이 익숙지 않은 나에겐 전임교수님의 수업이 더 좋은 듯하다. 물론 그 분들의 가장 큰 능력은 6시간 동안의 수업을 버티게 하는 것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그들의 사상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참전 하였고 라이따이한의 문제 등 한국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 했지만 그들은 과거의 일과 현재를 분리하여 생각 했다. 물론 베트남에 불었던 한류 열풍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호치민 경제대학 학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우리에게 불러 달라던 드라마 ‘풀 하우스’의 주제곡이나 DVD를 파는 곳에 진열 되어 있는 각종 한국 영상물 등은 베트남에 한국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베트남 무역 거래규모에서 3위 안에 들어가는 한국의 위치 등이 그러한 감정들을 많이 희석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개방을 시작 했던 그들 정부의 의지부터 시작 하여 베트남 역사 속에서 독립된 시기가 전체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작아서 인지 그들은 과거의 이해관계에 집착하기 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협력과 상생의 길을 걷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들의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호치민의 경우에도 그들은 호치민은 영웅이지만 신은 아니라며 신격화 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호치민 시에 있는 호치민 기념박물관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고 전국 각지에 호치민 기념관이 존재 하며, 화폐 속에 들어가 있는 인물도 모두 호치민임을 생각해 볼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 기념관에 들러 그의 생애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하루 종일 차분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수업은 주로 오전 아니면 오후로 구성되어 있다. 세 시간씩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루 반나절씩을 학교에서 보낸다. 나름 생활에 익숙해지자 식사를 하고 나서는 노상에서 커피를 먹으며 더위를 보내기도 하였다. 기숙사가 인터넷이 느려 자료를 많이 찾아야 하는 숙제는 시내에 위치한 카페까지 가서 수업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단기 때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이번 학기는 명함만 있으면 어떤 장소든 찾아가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단기 때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힘들었는데, 이번 학기의 적은 딱딱한 의자와 소나기였다. 빨래를 널어놓고 학교에 갔을 때 비가 오면 물 냄새가 배어 네다섯 번을 빨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삼 세탁기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이번 교환학생 기간과 단기 교류 때와 다른 점은 아무래도 사람일 것이다. 단기 때는 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났다면, 이번에는 직장인이나 한국인 사업가들을 많이 만났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한 호치민에서 상류층에 속하는 베트남 회사원들은 정말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다. 배울 것도 많고 영어도 능숙하여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동문회나 친구가 다니던 교회를 통해 만났던 사업가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내 진로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막연히 베트남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여 베트남어를 배우려고 왔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영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장기 교환학생을 준비 했던 1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매우 유익했던 것 같다.